서울에는 조선의 5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이 있습니다. 궁궐은 ‘궁(宮)’과 ‘궐(闕)’을 합한 말로, 궁은 임금과 그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말하며, 궐은 궁을 지키기 위해 에워싸고 있는 담장과 망루, 출입문 등을 일컫습니다. 궁궐은 기능과 역할에 따라 크게 세 개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조정의 관료들이 업무를 보는 관청이 있는 외조, 임금이 신하들과 정치를 행하는 구역인 치조, 왕비 등 임금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인 연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복궁
조선 건국(1392년) 후 태조는 3년 뒤에 수도를 개경(지금의 북한 개성)에서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옮기기 위해 종묘와 사직, 그리고 궁궐을 지었습니다. 제일 처음 지어진 경복궁(景福宮)은 백악산(지금의 북악산) 아래로 넓은 지형에 건물을 배치한 법궁(法宮)으로, 태조는 이곳에서 조선왕조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창덕궁
태종은 경복궁이 아닌 새로운 이궁(離宮, 법궁 외에 별도로 지은 궁궐)을 지었는데 1405년(태종 5)에 완성한 창덕궁(昌德宮)입니다. 창덕궁은 정치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을 지형에 맞게 조성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룬 조선의 대표적인 궁궐로 조선의 역대 왕들 대부분이 창덕궁에서 생활하였으며, 조선 후기에는 실질적인 법궁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창경궁
세종이 왕위에 오른 후 상왕 태종을 위해 창덕궁 동쪽에 수강궁(壽康宮, 1418년)을 지었는데, 이후 성종(14년)이 세 명의 대비를 위해 수강궁을 크게 확장하고 궁의 이름을 창경궁(昌慶宮, 1483년)이라 하였습니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경계 없이 동궐(東闕)이라는 하나의 영역을 이루었으며, 창덕궁이 정치의 공간이었다면 창경궁은 생활의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경희궁
광해군은 현 사직단 부근에 인경궁(仁慶宮)을, 그리고 서대문 근처에 경덕궁(慶德宮)을 새로 지었습니다. 인경궁은 1623년 인조가 왕위에 오른 후 인경궁을 헐어 창덕궁과 창경궁을 보수했으므로 현재는 남아 있지 않으나, 경덕궁은 현재의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궁궐로 영조대에 경희궁(慶熙宮)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곳은 서궐(西闕)이라 불린 규모가 큰 궁궐로, 주요 전각으로는 흥화문(興化門), 숭정전(崇政殿), 자정전(資政殿), 융복전(隆福殿), 회상전(會祥殿) 등이 있었습니다. 경희궁은 고종 초반 경복궁 중건 때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철거되어 현재는 일부 건물만 복원되어 남아 있습니다.
덕수궁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1897년)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경운궁을 사용하였는데, 이때 석조전, 정관헌, 돈덕전, 중명전 등 서양식 건물을 짓기 시작하여 대한제국의 황궁으로서의 규모와 격식을 갖추어 조선과 대한제국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경운궁은 1907년 고종이 황위에서 물러나자 덕수궁(德壽宮)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5대 궁궐의 특징
궁궐의 이름은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지어졌습니다. 중앙의 문은 임금의 정치를 의미하는 '정(政)' 자가 주로 사용되었으며, 동·서·남·북문은 각각 봄, 가을, 여름, 겨울을 의미하므로 '춘(春)', '추(秋)' 등의 글자가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정문으로 사용되는 남문의 이름에는 공통적으로 '화(化)' 자가 들어가는데 이는 백성을 교화(敎化)하여 감화(感化)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 경복궁의 남문은 광화문(光化門)
- 창덕궁의 남문은 경화문(敦化門)
- 창경궁의 남문은 홍화문(弘化門)
- 경희궁의 남문은 흥화문(興化門)
- 덕수궁의 남문은 인화문(仁化門)
정문의 명칭과 음양오행 사상의 비교
- 오상: 중앙문은 신(信), 동문은 인(仁), 서문은 의(義), 남문은 예(禮), 북문은 지(智)
- 오행: 중앙문은 토(土), 동문은 목(木), 서문은 금(金), 남문은 화(火), 북문은 수(水)
- 색상: 중앙문은 황(黃), 동문은 청(靑), 서문은 백(白), 남문은 적(赤), 북문은 흑(黑)
광복 이후부터 훼손된 궁궐의 복원사업이 시작되어 1983년에 창경원은 다시 원래 이름인 ‘창경궁’을 찾으며 복원공사를 진행하였고, 1995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여 경복궁 흥례문 영역을 복원하였습니다. 그 밖에 창덕궁, 덕수궁, 경복궁 등도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한 복원공사가 진행되었으며, 특히 창덕궁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