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그 아름다운 붉은 꽃에 숨겨진 이야기
능소화(凌霄花, Chinese trumpet creeper)는 꿀풀목 능소화과의 덩굴성 관속식물로,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입니다. 중국 원상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주로 관상용으로 식재를 하며, 꽃은 약용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능소화에서 덩굴이 나무에 달라붙어 하늘을 향해 높게 오르는 특성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능(凌)은 ‘업신여길 능’, ‘능가할 능’이고, 소(霄)는 ‘하늘 소’입니다.
담쟁이덩굴처럼 줄기의 마디에 생기는 흡착 뿌리(흡반)로 건물의 벽이나 다른 물체에 지지하여 타고 오르며 자라고,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주황색의 꽃이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핍니다.
능소화의 화분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사실과 다릅니다. 능소화는 풍매화가 아닌 충매화이기 때문에 꽃가루가 바람에 날릴 가능성도 적을 뿐만 아니라 꽃가루가 직접 안구에 닿더라도 실명할 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또한, 능소화의 화분으로 인해 실명 피해를 본 사례가 한차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줄기의 길이는 8~10m 정도로 덩굴집니다. 잎은 마주나며, 작은 잎은 5~9장으로 된 깃꼴겹잎으로 길이는 10~20cm 정도입니다. 작은 잎은 난형 또는 난상 피침형으로 길이 3~6cm, 폭 1.5~3.0cm 정도로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7~8월에 피며 새로 난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고, 지름은 6~7cm 정도로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입니다. 열매는 삭과이며, 기둥 모양으로 2개로 갈라지고 9~10월에 익습니다.
주요 효능
능소화는 그 아름다운 꽃만큼이나 한의학적으로 다양한 약효를 지닌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꽃을 약용으로 사용하지만, 뿌리, 줄기, 잎도 약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능소화의 주요 문헌적 약효 (주로 『동의보감』 및 기타 한의학 문헌 기준):
활혈거어(活血祛瘀): 혈액순환 개선 및 어혈 제거
- 가장 대표적인 효능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속에 정체된 어혈(瘀血, 나쁜 피)을 풀어주는 작용이 강합니다.
- 월경불순, 붕중(崩中, 자궁출혈), 징가(癥瘕, 아랫배에 덩어리가 맺히는 증상), 혈폐(血閉, 월경이 막히는 증상) 등을 치료합니다.
- 산후에 어혈이 남아 돌아다니는 증상이나 산후 출혈이 멈추지 않는 증상에 효과적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 혈분에 통증이 있는 경우에 중요한 약이라고 언급됩니다. (『단심』)
청열량혈(淸熱凉血):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함
- 성질이 차가워 몸의 열을 식혀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 피부에 열이 많아 생기는 발진, 가려움증 등 피부 질환에 활용됩니다.
- 은진(癮疹, 두드러기), 풍은진(風癮疹, 바람을 쐬면 생기는 두드러기), 풍양(風痒, 바람으로 인해 생기는 가려움증)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됩니다.
소풍지양(疏風止痒): 풍을 없애고 가려움증을 멈춤
- 바람으로 인해 생기는 피부 질환이나 가려움증에 효과적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두드러기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수통변(利水通便): 이뇨 및 배변 촉진
-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찼을 때 사용되기도 합니다.
보음안태(補陰安胎): 음을 보하고 태아를 안정시킴
- 일부 문헌에서는 혈을 기르고 태아를 안정시키는 효능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먹는 방법
능소화(凌霄花)는 한의학적으로 약용으로 활용되는 식물이지만, 일반적인 식재료처럼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식물은 아닙니다. 효능만큼이나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아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한의사 등)에 따라 복용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헌에서 언급되는 능소화의 약용 부위와 기본적인 처리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인이 임의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능소화는 주로 꽃을 약용하며, 경우에 따라 뿌리, 줄기, 잎도 사용됩니다.
꽃(凌霄花):
- 채취 및 건조: 맑은 날 활짝 핀 꽃을 채취하여 햇볕에 말리거나 낮은 온도로 건조시킵니다. 제대로 건조해야 보관이 용이하고 약효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복용 방법 (전통적): 동의보감 등에서는 보통 1회 1전(약 3.75g) 정도를 달여서 복용하거나, 술과 함께 복용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주로 어혈 제거, 혈액순환 개선, 피부 질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때의 용법입니다.
- 차로 마시기: 꽃을 말려 차처럼 우려 마시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매우 소량으로, 전문가의 조언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뿌리(紫葳根):
- 채취 및 처리: 뿌리는 수시로 채취하여 깨끗이 씻은 후 말려서 사용합니다.
- 복용 방법: 주로 달여서 복용하는데, 피부 소양증, 풍진, 요통 등 뿌리의 특정 효능이 필요할 때 활용됩니다.
줄기 및 잎(紫葳莖葉):
- 채취 및 처리: 잎이나 줄기도 깨끗이 씻어 말려서 사용합니다.
- 복용 방법: 뿌리와 마찬가지로 달여서 복용하며, 혈열로 인한 피부 증상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주의 사항!
능소화를 섭취하기 전에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 독성 논란: 과거에는 꽃가루 독성 속설이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능소화 꿀(화밀)에 독성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 약재로서의 오남용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임산부 절대 금기: 능소화는 강력한 활혈거어(혈액순환 촉진 및 어혈 제거) 효능이 있어, 임산부에게는 낙태의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 전문가 상담 필수: 능소화는 일반 식품이 아닌 약재입니다. 특정 질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므로, 반드시 한의사 등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용량, 복용 기간, 방법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임의로 채취하여 섭취하거나 복용량을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 체질 및 부작용: 모든 약재가 그렇듯이, 능소화도 개인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 소화 불량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능소화는 그 효능만큼이나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약재입니다. 절대 민간요법이나 개인적인 판단으로 섭취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시길 강력히 권고합니다.